사지를 잇던 옛길 그 길의 끝에 백제의 미소가 백제의 미소길

흔히 인생여정(人生旅程)에 비유되기도 하는 길.

길은 경험으로서, 상념으로서, 이동 통로로서 우리에게 존재한다. 사람의 것이기에 길은 해가 묵을수록 사연이 늘어나고, 마침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기억에 남는다. 예산 상가리에서 서산 용현리로 넘어가는 길은 구도를 위해 수행하는 스님들이 넘었을 옛길. 가야산(678m)과 서원산(473m) 높은 봉우리 사이 ‘으름재’와 ‘통통고개’ 넘어 절과 절을 이었던 실핏줄 같던 길이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만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백제의 미소길’이 그것이다.
‘백제의 미소길’은 남연군묘가 있는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서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이르는 9.5km의 길이다. 충청남도와 지역민이 협심하여 조성한 이 길은 2009년 11월부터 432억원을 들여 2년 8개월 만인 2013년 7월1일 개통을 맞아 충남의 명품길로 도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현존하는 천년고찰 개심사가 산의 서쪽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가야산은 100여개의 옛 절터가 발견될 만큼 학계의 조명을 받고 있는 산이다. 그런 산의 자락을 타고 넘나들었던 으름재의 남쪽에 99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거찰의 옛터 가야사지(충청남도 기념물 제150호, 伽倻寺址)가 자리하고 있고, 고개를 넘어 북쪽으로 가면 5점의 보물과 그 외 소중한 불교문화유산이 현재도 발굴되고 있는 거찰, 보원사지(사적 제316호, 普願寺址)가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보원사지 아래 계곡을 따라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천년의 미소. 계곡 위 층암절벽에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용현리 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이 백제의 미소길 끝에서 탐방객을 반긴다.
가야산주차장에서 용현자연휴양림까지 6.5km 구간은 가야산(678m)과 서원산(473m) 사이 고갯길,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통통고개까지는 4.5km의 완만한 오르막이고 고개 너머 2km는 비교적 경사가 급한 구간이다. 해발고도 108.5m에서 시작하여 해발고도 309.2m의 고갯마루에 오른 후 해발고도 163.6m 지점인 용현자연휴양림 입구까지 이르는 것. 나머지 3.0km 구간은 보원사지를 거쳐 마애삼존불상에 이르는 일반도로로 평지길이다.

코스안내와 여행 팁

총연장 9.5km, 2시간 30분소요.

상가리주차장 → 미륵불공원 → 으름재 → 통통고개 → 국립용현자연휴양림 → 보원사지 → 마애삼존불상

백제의 미소길은 상가리주차장에서 마애삼존불상까지 종주 후 도보로 출발지로 이동하는 것이 좋지만 원점회귀 코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덕산콜택시(문의전화 041-338-6555)를 이용하면 25,000원 정도의 교통비가 든다. 이 길은 또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므로 교통비를 아끼려면 자전거 이용도 고려할만 하다. 가야산주차장 주차료는 무료다.

찾아가는길

잘데와 먹을거리

잘데로는 상가리에 소재하고 있는 펜션 가야사의하루(문의 010-8479-7204)가 있다. 먹을거리로는 가야산주차장 앞 옥녀식당의 닭백숙이 먹을 만하다. 산닭을 주인이 직접 잡아서 요리를 하는 이 집의 메뉴는 엄나무백숙 외에 청국장·된장백반과 닭볶음탕이 있다(예약 및 문의전화 041-337-5374).
용현리의 경우 식당과 민박·펜션을 같이 운영하는 집이 많다. 계곡을 끼고 자리 잡고 있어서 숙박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계곡에 마련한 평상 이용이 가능하다. 닭백숙과 닭볶음탕, 민물매운탕, 어죽 등을 맛볼 수 있다. 푸른산장(041-864-1715), 청솔가든(041-669-6717), 신선동(041-669-3392), 꽃피는산골(041-664-7849), 향토마당(041-664-8892), 대가가든(041-663-1887).

가야산의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 백제의 미소길

백제의 미소길은 가야산 동쪽자락의 넉넉한 품안에서 둥지를 틀고 마을사람들이 대대손손 살아온 평화로운 산골마을 상가리에서 시작된다.

가야산주차장에서 남연군묘 방향으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1시 방향 길로 들어서면 ‘백제의 미소길을 상징하는 표석’이 있는 곳이 그곳. 표석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백제의 미소길은 가야산의 빼어난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옛이야기 도란거리는 아름다운 길이다.
길을 걷다보면 남연군묘와 관련된 전설이 미소 짓게 하는 상가리미륵불공원을 시작으로 상가리 1번지 대문동쉼터, 토속지명을 간직하고 있는 으름재쉼터, 철쭉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 백제의미소공원, 사통팔달 통통고개쉼터, 용현계곡 상류의 아름다운 숲 소나무쉼터 등 백제의 미소길을 수놓고 있는 명소를 두루 거치게 된다. 또 길을 걷다가 유혹에 이끌려 살짝 벗어나면 맨발체험을 할 수 있는 황톳길을 걷고 가야산 자생식물 수목원의 오솔길도 걸을 수 있는 이 길은 서산의 산골마을 용현리에서 천년의 미소와 마주하며 끝을 맺는다.

자연이 살아있는 문화생태공원 상가리미륵불공원

표석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백제의 미소 길을 찾아 나선 발길은 ‘상가리미륵불공원’에서 잠시 멈춘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82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상가리미륵불 (上加里彌勒佛)이 계곡 너머에 우뚝 서있기 때문. 보통의 경우 길 쪽을 바라보거나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눈길을 주는데 이 불상은 특이하게도 뒤돌아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본래는 이 불상도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대찰 가야사지가 헐리는 사건을 겪은 후부터 뒤돌아 마을에 눈길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전설로 전해지는 사연인 즉, 가야산 일대에서 제일 큰 절이었던 가야사를 절의 자리가 2대에 걸쳐 임금이 날 천하의 명당이라는 말을 들은 흥선대원군이 절을 불사르게 하고 금탑을 허물게 하여 폐사시킨 뒤, 자신의 부친인 남연군 이구(李球)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한 사건이 있으면서 부터였다 한다. 혹은 북쪽으로부터 마을로 들어오는 병마를 막기 위해 뒤돌아 서 있다는 설 또한 함께 전해지고 있다.
미륵불이 있는 곳은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주변에 숲이 우거진 자연지형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 문화생태공원으로 조성을 해놓은 곳.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생태공원의 미륵불에 전해지는 전설을 알고 나니 처음부터 백제의 미소 길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상가리미륵불공원에서 으름재까지 2.3km

상가리미륵불공원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오르막길은 으름재 쉼터까지 2.3km의 거리를 걸으면서 해발 67.2m의 고도를 높이는 구간으로 완만한 비탈길을 꾸준히 오르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백제의 미소길을 수놓는 명소가 많다. 가야산교, 대문동쉼터, 낙엽송길, 장승과 솟대길 으름재쉼터가 그것이다.
다리의 중앙에 주탑을 세우고 양쪽으로 케이블을 걸어 다리의 하중을 견디는 강사장교 방식의 ‘가야산교’는 이색적인 느낌을 주면서 좋은 전망을 제공한다. 가야산교를 뒤로하면 산모롱이 돌고 도는 길을 계속 걷다가 길가에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옹달샘도,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도 만나다보면 샛길이 유혹한다. 대문동 오솔길이 그것. 오솔길은 예전의 산길 그대로의 길. 내려서 걷다보면 대분동쉼터에서 본래 걸었던 큰길과 다시 이어진다.
대문동쉼터의 주소지는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1번지. 예산과 서산의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대문동쉼터는 또 가야산과 서원산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가야산과 서원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길이기도 하다. 돌탑과 정자가 마련되어 있는 대문동쉼터에서는 오래 머물지 말 것. 300m 전방 짧지만 멋스러운 낙엽송 가로수길에서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낙엽송길의 끝은 삼거리, 왼쪽 길은 가야산 석문봉과 옥양봉 가는 길. 2시 방향 길로 접어들면 된다.
계속하여 으름재를 향하자면 길가에 조성된 장승과 솟대공원을 지나게 된다. 금방이라도 파안대소를 터뜨릴 듯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미소대장군’과 ‘미소여장군’이 그 중심에서 우리고유의 민속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장승과 솟대공원을 지나면서부터 밤꽃향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공원 주변부터 으름재 주변까지 밤나무가 숲을 이룬 군락지로 밤꽃 흐드러진 7월 초순의 진풍경을 즐길 수 있다.
으름재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이 지역 전통지명으로 으름덩굴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곳의 풍수형국이 ‘연화부수형’ 연꽃이 물에 떠있는 형국이어서 연꽃을 상징하는 연못과 팔각정을 조성해 쉼터로 마련해놓았다. 으름재에 다다르면 잠시 쉬어갈 겸, 가벼운 마음으로 정자에 앉아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으름재쉼터에서 소나무쉼터까지 1.83km

으름재쉼터를 나서서 길을 계속가면 250m의 짧은 내리막구간을 내려서면 원효깨달음길과 백제의 미소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다다른다.

원효깨달음의 길은 총연장 22.5km의 내포문화숲길 중의 하나 삼거리에서 백제의 미소길로 접어들면 0.6km의 막바지 오르막이 시작된다. 해발고도 25m의 고도를 높이는 구간으로 완만한 오르막이다.
고갯마루는 길이 'W'자형으로 구부러진다. 이지점은 위치상으로 백제의 미소길의 정 중앙이자 제일 높은 곳이다. 해발고도 309.2m, 조그만 야외 공연장을 갖춘 백제의미소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정원석과 관상수, 자생하는 야생화 등이 어우러진 소담한 고갯마루 공원이다. 공원에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공원에서 길을 재촉하면 내리막길이 기다린다. 통통고개쉼터를 지나 소나무쉼터에 이르기까지 1.0km의 거리를 두고 63m의 고도를 낮추는 구간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걸을 수 있다.
통통고개쉼터는 사통팔달에 해당하는 곳으로 예산삼거리와 서산 원평리, 용현리, 가야산의 옥양봉과 수정봉으로 가는 산길의 요충지로 내포문화숲길과도 연계되어있는 산속의 요지이다. 이 고갯길 가장자리 언덕진 곳에 마련된 팔각정에 오르면 우거진 숲 너머로 주변산세가 펼쳐진 푸근한 풍경이 액자에 걸린 듯 한폭의 그림처럼 와 닿는다. 통통고개쉼터에서 국립용현자연휴양림으로 길을 잡으면 소나무쉼터로 길은 이어진다.

소나무쉼터에서 국립용현자연휴양림 입구까지 1.43km

소나무쉼터를 지나면 계속되는 임도는 0.6km전방 숲속의 데크로드 초입까지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국립용현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게 된다. 길가에 마련된 데크로드의 초입은 계단을 이용하여 오른 후 산길과 데크로드가 교차하는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국립휴양림을 지나는 이 구간은 1km 가까이 되는 우거진 수풀 속 오솔길이다.
국립용현자연휴양림은 해발 674m의 가야산 줄기인 석문봉 아래 형성된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는 충남의 명소이다. 골골이 흘러나온 샘물이 모여 제법 넓은 계곡을 채울 만큼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충남 서산 제일의 계곡이기도 한 이곳은 계곡도 좋지만 햇살 한줄기 뚫고 들어오지 못할 만큼 우거진 수풀의 평상에서 여름의 한때를 보내도 아쉬울 게 없을 만큼 시원함을 자랑한다.

국립용현자연휴양림에서 마애여래삼존불상까지 3.0km

용현자연휴양림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시작되는 백제의 미소길은 일반도로로 이어져 불교의 성지 용현리로 길을 안내한다. 백제의 미소길 막바지인 이 길에서 보원사지와 마애여래삼존불상을 만날 수 있다.

유물 발굴 작업이 한창, 서산 보원사지

용현자연휴양림의 계곡 하류쪽으로 길을 따라 이동하면 1.2km 전방은 102,886㎡ 규모의 사적 제316호 보원사지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보물 제102호 보원사지 석조를 비롯하여 보물 제103호 당간지주,·보물 제104호 오층석탑,·보물 제105호 법인국사보승탑 등 많은 불교문화유산이 발굴된 불교의 성지이다.
1987년 7월 사적으로 등록된 이곳에 남아서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있는 법인국사보승탑비에의하면 이 절에 승려 1,000여명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당시엔 매우 큰 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보원사지에 가면 평소 보기 드문 문화유산 발굴현장을 탐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보원사지는 현재 유물 발굴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백제의 미소길의 끝에서 백제의 미소를 만나다

보원사지를 뒤로하고 계곡의 하류로 계속 걸으면 1.65km 전방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닿는다.

층암절벽에 자리 잡고 있는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을 친견하러 가는 길목이다. 웃는 부처님으로 명성이 자자한 마애여래삼존불상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하루 종일 불상의 얼굴에 비춰지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서 미소 짓는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 보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표정이 바뀐다.
특히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살이 많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과 함께 신비의 미소가 얼굴 가득 번지는 표정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