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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만큼 덜어 먹고, 남는 음식 안 만들기,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2024.03.21(목) 05:48:34 | 엥선생 깡언니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지인과 한나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저녁 무렵 만보기를 확인했더니, 일만 보를 훌쩍 넘게 걸었더라고요.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배는 고플 대로 고파서 볼일을 끝내자마자 미리 점 찍어둔 식당으로 직행했습니다. 

으뜸공주맛집 '금성낙지'의 건물 외벽 ▲ 모범식당이자 으뜸공주맛집인 '금성낙지(공주시 금성동 173-4)'

요즘 핫한 젊은 가수가 고향인 목포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낙지를 먹는 모습을 모 TV 프로그램에서 눈여겨본 터라 낙지요리가 구미에 당겨 공주시 백미고을 음식문화거리에 자리한 '금성낙지'를 식사 장소로 낙점해 두었습니다. 금성낙지는 모범음식점이자 으뜸공주맛집으로 선정된 식당입니다.

금성낙지 내부 전경
▲ 금성낙지 내부 전경

으뜸공주맛집 '금성낙지'는 2년 전쯤 오픈했다.
▲ 으뜸공주맛집 '금성낙지'는 2년 전쯤 오픈했다. 주차는 백미고을 음식문화거리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50여 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홀에 자리를 잡고 주문하려고 벽면의 메뉴판을 보니, 식사류와 안주류를 합쳐 메뉴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금성낙지 사장님은 20년 넘게 염소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다 염소 가격이 3~4배씩 뛰는 걸 감당하지 못하고 2년 전쯤 식재료 비용 부담이 적은 낙지요리 전문점을 열게 됐다고 하고, 사장님 혼자서도 손님을 응대할 수 있을 만큼 식당 규모도 줄였다고 합니다.

금성낙지 기본찬
▲ 금성낙지 밑반찬 

금성낙지 셀프바
▲ 금성낙지 셀프바

주문한 낙지덮밥이 나오기 전에 테이블에는 4가지 반찬과 덮밥에 넣을 데친 콩나물과 구운 김가루가 놓였습니다. 테이블에 차려진 두 사람분의 밑반찬을 보며 셀프바가 있어 부족할 때마다 리필할 수 있는데, 차려진 반찬 양이 다소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친 콩나물과 김가루
▲ 데친 콩나물과 김가루

금성낙지의 밑반찬
▲ 금성낙지의 밑반찬

데친 콩나물과 김가루 외에 차려진 양배추샐러드, 볶은 김치, 장아찌, 순두부는 추가할 필요가 없을 만큼 양이 많고, 짠 음식도 있어서 바닥까지 비워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셀프바가 있는 식당에 갈 때면 주문하면서 미리 반찬을 조금만 담아서 내주십사 부탁을 드려야 하는데, 자꾸만 타이밍을 놓치고 맙니다.

금성낙지의 낙지볶음
▲ 금성낙지의 낙지볶음에는 밤이 들어간다.

금성낙지의 낙지볶음
▲ 금성낙지에서는 중국산 낙지를 쓰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주린 뱃속을 달래줄 순두부를 먹고 있으니, 낙지볶음과 대접에 담긴 밥이 나왔습니다. 대접에 담긴 밥 양이 소식하는 여성분들도 절반을 덜어내지 않을 정도로 많지 않았습니다. 대접에 담긴 밥을 보고 당황해하는 손님들 눈치를 알아채셨는지 사장님은 밥 대접을 내려놓으며 "밥도 얼마든지 리필을 해드리니, 많이 드세요."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말을 튼 김에 생밤이 들어간 낙지볶음은 처음이어서 먹기도 전에 사장님께 이것저것 여쭈어봤습니다.

"생밤이 들어갔네요. 익힌 밤이 아니네요?"
"익히니까 씹는 맛이 덜해서요."
"채를 안 치셨어요?"
"채 쳐서 넣으니까 양념 묻으면 영 색이 안 예뻐서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납작납작하게 저민 생밤이 낙지볶음과 가장 잘 어울리더라며 생뚱맞은 질문에도 사장님은 친절하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금성낙지의 낙지볶음덮밥
▲ 금성낙지의 낙지볶음덮밥

평소 먹던 스타일대로 밥 위에 낙지볶음 몇 점을 올려서 먹다가 사장님이 일러 주신 대로 밥이 든 대접에 낙지볶음을 듬뿍 얹고, 콩나물과 김가루를 넣어 쓱쓱 비벼서 크게 한 입 먹어봤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몰라도 꿀맛이었습니다. 

금성낙지
▲ 금성낙지의 낙지덮밥에는 미역국이 제공된다.

고기 들어간 게 싫다는 사람, 조개 들어간 게 싫다는 사람.... 손님들마다 입맛이 제각각이라 물만 부어 끓여낸다는 미역국도 사발째 들이킬 만큼 맛있게 먹었습니다.

금성낙지는 공주페이 가맹점이다.
▲ 으뜸공주맛집 '금성낙지'는 10% 할인 혜택이 있는 공주페이 가맹점이다.

그런데 맛있게 낙지덮밥을 먹고 나니, 우려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낙지볶음은 절반가량이 남았고, 데친 콩나물과 김가루도 다 먹지는 못했습니다. 낙지덮밥과 미역국만으로 충분히 맛있게 식사했기 때문에 순두부를 제외한 다른 반찬도 젓가락질 한 번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기고 말았습니다. 

함께 식사한 지인은 집 밖에서 키우는 개가 한 마리 있어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면 종종 잔반을 가져가곤 하는데, 이날 남은 음식은 사료 먹는 개에게 먹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남은 음식을 가져가도 되는지 여쭈니, "필요한 반찬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용기에 담아 드릴게요."라며 다른 뜻으로 이해하신 모양이었어요. 손도 안 댄 반찬이 많아서 죄송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해서 가져가려 한다고 거듭 말씀드리니, 이번엔 작은 용기 몇 개를 꺼내오십니다. 손사래를 쳐가며 "이러시면 남은 반찬을 가져가는 의미가 없는데요...."라고 만류하고 이미 용기에 담긴 낙지볶음과 콩나물만 챙겼습니다. 결국에 양배추샐러드, 장아찌, 볶은 김치는 한데 담겨서 버려지고 말았고요.   

외식하다 보면 건강과 미용을 위해 공깃밥의 절반을 덜어서 미리 챙겨온 비닐봉지에 담아가는 분들이 보입니다.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식구들한테는 도저히 먹으라고 못 하고 자신이라도 먹겠다며 깨끗하게 먹은 찌개나 국, 반찬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목격합니다.
그런데 금성낙지에서 벌어진 일을 돌이켜 생각하니, 음식점 사장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불필요하게 일회용 용기를 써야 하기도 하고, 손님이 가져간 음식물로 인해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발생길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금성낙지에서는 후식으로 박하사탕을 준비해 놓고 있다.
▲ 금성낙지에서는 후식으로 박하사탕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오며 반찬 가짓수 많은 밥상을 받아야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버리고, 소박한 밥상에서 행복을 찾아가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별스러운 손님들을 만나 한바탕 정신 사나웠을 텐데, 끝까지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 금성낙지 사장님 덕분에 힘든 하루를 잘 갈무리했습니다. 혹여 2~3가지 반찬 수가 준다고 하더라도 낙지요리전문점 '금성낙지'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금성낙지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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