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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충남여행길 공모전 게시판충남을 방문하신 분들의 소중한 기억이 머무르는 곳입니다. 저마다의 특색있는 경험을 즐거움과 미소로 맞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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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사이로 달이 뜨다

  • 출처김**
  • 등록일2017-06-07 11:11:59
  • 조회수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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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쪽에서 바라본 간월암의 전경 - 간월암은 동서남북 어디서나 보아도 아름답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그치고 그 비를 몰고 왔던 먹장구름도 자취를 감췄으니, 하늘은 더없이 청명하다. 여행은 날씨가 반 부조(扶助)라는데 하늘도 은연중 불심(佛心)을 찾아 떠나는 사람을 돕는가보다.

 

마침 필자가 간월암을 찾았을 때에는 썰물이라 걸어서 간월암에 오를 수 있었지만 밀물이 되면 간월암은 그야말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한 떨기 연꽃이 된다. 그런 때를 대비했음인지 늙은 적송 아래엔 낡은 쪽배 한 척이 외로이 매여져있다. 

 

신기하게도 바다가 잠시 잠깐 길을 열었다. 길이 50여 미터 정도의 바닷길이다. 석화(石花)가 덕지덕지 붙은 그 갯벌을 지나자 가파른 계단 위에 빠끔히 열려있는 일주문이 보인다. 그 문을 통과하자 사천왕상도 없이 바로 간월암이다. 말로만 듣던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절, 간월암(看月庵). 그 앞마당에 선 것이다. , 장쾌하다는 말밖엔 더 이상 형용할 말이 없다. 나는 나직이 박주태 님의 시 간월암 한 구절을 암송할 뿐이다.

      

간월도가 소나무 숲 사이에 떠 있다.

안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 있어

자꾸 미끄러지는 운명을 불러

그 속을 훤히 떠, 바다를 어루는 밤이면

섬도 몸을 열어 교교한 달빛을

쐬게 되는 것이리라.

철새들의 떼가 바다 위를

가로질러 갔다가는 다시,

제 곳으로 되돌아간다.

 

박주태 님의 시, ‘간월도중에서 

 

 

바닷물이 가득 찼을 때의 간월암 모습 - 멀리서 보면 한 떨기 연꽃처럼 보인다.



저 멀리 시야가 머무는 곳엔 푸른 물감을 풀어헤친 듯한 서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섬들이 간월암을 에워싸고 있다. 일망무제! 바로 이런 때를 묘사하라고 만들어진 낱말인가보다. 이처럼 귀한 선물을 주시려고 하늘은 어제부터 그렇게 부지런히 겨울비를 뿌리셨나보다.

 

보면 볼수록 명당이다. 대저, 우리나라 사찰들이 들어선 장소마다 명승대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으리요마는, 여기처럼 지리와 서기(瑞氣)가 동시에 빛나는 곳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세상만사 모든 번뇌를 짊어진 사람들이 이곳 간월암 마당에 서서, 하늘의 달과 그 생생한 달빛에 물든 교교한 바다를 바라본다면 정녕 깨우치지 않을 자가 없을 듯하다. 송만공 선사와 무학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이곳에서 온갖 분별과 망상에서 벗어나 성불에 이르게 된 반야(般若)의 지혜를 터득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필자가 대책없는 감상에 빠져있는 사이 간월암 처마에선 땡그랑땡그랑 풍경이 운다. 일찍이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이곳에 간월암을 짓고 토굴 정진을 하던 때가 약관 이십 세. 하루는 달빛이 하도 사무치게 밝아 대웅전 뜰 앞에 내려서서 서해바다 위에 걸려있는 달을 바라보는 순간 대오각성!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하여 이름을 무학(無學)’으로 고치고 함경도 백연암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조선을 건국할 태조 이성계를 만나 그 유명한 이성계의 서까래 세 개를 짊어진 꿈을 해몽하여 그를 태조로 등극시켰으니 사실 조선의 시원(始原)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또 한가지 무학대사에 관한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백 여 년 전의 일이다. 관청의 돈을 빌려쓰고 갚지 못하여 관가로 끌려가는 만삭의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학돌재(鶴石峴, 현재 충남 서산군 인지면) 고개 마루에서 모진 산고 끝에 첫 아들을 낳았다. 그래도 포졸들은 태어난 아이를 고개에 내팽개쳐 둔 채 신음하는 여인을 끌고 가서 서산 관아 사또 앞에 꿇어앉혔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사또는 대노해서 말하길,

 

"에끼, 이 인정머리 없는 놈들아! 누가 애까지 낳는 여인을 끌고 오라더냐! 당장 저 여인에게 먹을 것과 아이에게 입힐 것을 주어 집으로 돌려보내라. 산모와 신생아에게 드는 돈은 모두 내 월급에서 탕감하라."

 

인자한 사또의 명령대로 포졸들이 허겁지겁 아이를 버려 둔 학돌재에 당도해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커다란 학들이 날개를 펴서 아이를 감싸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아이의 이름이 춤추는 학이 돌보았다고 해서 춤출 무자 즉 무학(舞鶴)이 되었다는 것이다. 

 

간월암은 동서남북 어디에서 보더라도 아름다운 고찰이다. 바다 쪽에서 보면 육지가 배경이 되고 육지 쪽에서 보면 바다가 배경이 된다. 마침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초겨울 바람이 몹시 불었다. 소금기를 머금은 해풍이 사정없이 귓전을 때리더니 끝내 모자까지 앗아갔다.

 

간월암 뒤뜰에 심어둔 대나무 밭에서 댓잎 서걱이는 우우 소리가 마치 바다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태곳적 추억을 상기시키듯 업장(業障) 소멸을 발원하는 듯 길게 때론 가늘게 이어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간월암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모진 해풍을 막기 위해 절 주변에 시멘트로 단단한 옹벽을 쳤다. 옹벽마다 석화와 해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세월의 운치를 더해준다. 좀더 바다 쪽으로 물러서서 관조하자니 하나의 성벽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바다는 천혜의 해자(垓字)요 일주문만 닫아걸면 바로 난공불락의 요새인 셈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절 주변을 돌고 나서 사람들을 관찰해보았다. 5일제의 영향인지 관광객들이 꽤 많다. 대형버스를 대절해 온 사람들도 보이고 자가용을 이용한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도 많았다. 관광객들의 얼굴도 사뭇 밝았다. 간월암의 수려한 풍광과 서해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에 한껏 취했음이리라.

 

두 시간 남짓 간월암을 친견한 뒤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경내엔 그 흔한 탑조차 없다는 점이다. 대신 탑이 있어야할 자리엔 오랜 세월 해풍에 시달린 늙은 사철나무 한 그루만이 외로이 서 있을 뿐! 그래, 탑마저도 한낱 미망일 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하리요. 삼라만상 모두가 부처이고 진리인 것을. 

 

나의 감상적인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해는 금방이라도 자취를 감출 듯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머지않아 또 다른 손님들이 간월암을 감싸안을 것이다. 우리는 아쉽지만 간월암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 여행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가 말하길 다음번엔 간월암의 야경을 보러오자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과연 간월암의 야경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우리가 다음을 기약할 때 자동차는 A방조제를 막 통과하고 있었다. 마침 바다와 접한 간월호 수면 위로 초겨울 햇살이 부처님 미소처럼 환하게 번지고 있었다.

 

    <오시는 길>

 

      <방법1>

시원스레 뚫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홍성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안면도나 서산A지구 방조제 방향으로 10여분을 달리다보면 간월암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방법2>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나온 뒤 32번 국도를 따라 서산을 지나 649번 지방도를 이용, 부석을 거쳐 서산방조제 방향으로 올 수도 있다.

<방법3>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천안IC에서 나와 아산, 예산을 지나 29번 국도로 덕산, 해미, 부석을 거쳐 서산방조제로 진입하면 된다.

<방법4>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운산, 음암, 해미 등 서산 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1시간 40분만에 도착한다. 여기서 간월암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남부터미널 (02) 521-8550

 

      <인근 관광지> 

 

돌아오는 길에 천수만의 철새탐조도 즐길 수 있다. 간월암에서 정서적 안정을 되찾았다면 천수만에선 새들의 군무를 보며 새로운 삶의 의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간월암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먹을거리>

 

어리굴젓과 굴밥이 유명하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어리굴젓은 굴알의 크기가 작고 굴알에 미세한 털이 많아 양념에 잘 배어 맛이 뛰어나다. 무학대사가 이 곳에서 나는 어리굴로 담은 굴젓을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한 뒤로 궁중진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간월암 인근 공판장에서 통조림으로 제조해 판매한다. 

 



 

▲ 영양 만점의 먹음직스런 굴밥 

 



 

▲ 간월도의 특산품인 어리굴젓 

 

        <숙박시설>

 

간월암 인근에는 고급 숙박시설이 없다. 서산 시내에도 호텔급 숙소는 없고 대부분 장급여관이다.

계림장여관 (041) 665-5255

창리장여관 (041) 664-1369

유니콘모텔 (041) 669-4466 등이 있고

민박을 원하신다면

간월민박 (041) 662-0895

천수만민박 (041) 663-7572

현대민박 (041) 662-2724 등이 있다.

서산과 인접한 태안군 안면도에는 큰 숙박시설과 깔끔한 펜션이 많으니 이 곳과 연계하는 것도 좋다.

오션캐슬리조트 (041) 671-7000

비치캐슬 (041) 673-9948

안면프라자호텔 (041) 673-074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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